병원 처방전이나 약 봉투에 이름과 1일 복용 횟수, 복용 시간만 적혀 있던 시절에는 무슨 약인지 헷갈려 복용을 꺼리는 사람이 많았어요. 복약지도도 구두로 이루어져 고령자나 복용약이 많은 환자들은 약을 잘못 먹는 사례도 있었죠.
약 봉투에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 건 울산약사회 소속 박정훈 약사예요. 그는 2002년부터 자율적으로 약 봉투에 환자의 질환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복용 약에 대한 안내 등을 인쇄해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신형 약 봉투의 시초라 할 수 있어요.
2009년에는 ㈜크레소티가 제작한 ‘팜페이 단말기’를 통해 영수증과 복약지도를 함께 출력해 제공됐어요. 이어 2012년 5월에는 국민신문고에 “조제약의 포장 등에 악품명 표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올라오기도 했죠. 이처럼 신형 약 봉투는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변화를 거듭했지만,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제작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형태를 보였어요.
2012년 서울시는 현장에서 변화하는 약 봉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복약 안내 활성화 사업’을 시작했어요. 서울창의상 시민 제안에서 좋은 정책(최우수상)으로 선정된 남상우 씨의 ‘약 봉투에 약 정보 및 복용법 기재’ 제안을 계기로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죠. 오랜 시간 변화해 오던 약 봉투가 서울시의 제도화 과정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