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서울시를 포함한 많은지역에서 보도공사 관행은 주먹구구식으로 이어졌습니다. 걸을 때 보도블록 사이에 고인 물이 튀거나, 안내도 없이 진행되는 공사로 지나다니는 보도가파헤쳐져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위험에 노출되곤 했죠. 게다가 연말이면 반복되는 보도블록 공사로, 시민들에게 ‘보도블록’이란 부실 시공과 예산 낭비의대명사와 같았습니다.
2012년 서울시는 이러한 잘못된 관행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보도블록 10계명”을 발표했습니다. 시민의 보행 권리를최우선으로 하며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증진하는 ‘보행자 중심의 거리’를 조성하겠다고 선포한 것입니다. 이를실현하기 위해 서울시는 보도블록 설치·관리의 운용방식과 디자인 및 기능성 개선에 집중했습니다.
먼저, 서울시는 보도 운용방식 측면에 있어 세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시스템을 정비했습니다.
첫 번째로, “보도공사 관계자의 기술역량 강화”입니다. 그 예로 2009년부터 ‘보도포장 전문기술교육’을 시행해오고있으며, 2013년부터 ‘찾아가는 보도공사 교육’ 또한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도공사에 참여하거나 관련된 관계자들이보도포장 기술 또는 보도공사 점검사례에 대한 교육을 받게해 안전한 보도를 만들 수 있는 전문인력을 기르기 위함이었죠.
[왼쪽] 보도포장 전문기술교육 ⓒ서울시 [오른쪽] 찾아가는 보도공사 교육 ⓒ서울시
두 번째로, “보도공사의 설계부터 시공까지 꼼꼼한 점검”입니다. 2013년,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보도공사의 설계부터 시공까지각종 기준을 담은 백과사전 ‘보도공사 설계 시공매뉴얼’(Ver1.0_2013,Ver2.0_2021)을 제작하여 발행했습니다. 이때 시각·지체 장애인이 참여해 교통약자를위한 점자블록 및 턱낮춤 시설 설치기준을 개선하기도 합니다.
2012년부터는 공사 관계자에게 책임감을 부여해 부실공사를 차단하고자 시공사·감독자의 정보 등이 기재된 ‘보도공사 실명제 표지판*’ 설치를 의무화합니다.
* 100m이상 모든 보도 포장공사를마친 경우 설치되며, 공사 기간, 시공사, 감리사와, 감독자의 이름, 전화번호등 공사 참여자들의 정보 기재
그 외에도 2009년부터 주택정비사업 등 보도공사를 수반하는 사업을 추진할 경우, 관련 기준(설계도면, 시방기준 등)을 제대로 적용했는지 검토하는 ‘보도공사 설계 지도점검’을 해오고 있으며 계절별 취약 시기에 발생할 수 있는보도의 침하와 같은 위험 사항을 미리 점검하고 있습니다.
[왼쪽] 보도포장 설계 시공매뉴얼 ⓒ서울시 [오른쪽] 실명제 표지판 ⓒ서울시
세 번째로, “공사 중 보행자의 안전보장 및 보행 불편 최소화”입니다.
서울시는 공사장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고자, 전국 최초로 2012년부터 ‘임시보행로’를 설치하고 ‘보행안전도우미’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보행자가 느끼는 보도의 불편함과 개선책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거리 모니터링단’도 운영하고 있죠. 시민들은 스마트폰 불편신고앱을 통해 블록 파손이나 물 고임 같은 불편 사항을 신고할 수 있습니다.
임시보행로 ⓒ서울시
서울시는 앞서 언급한 보도의운영 방식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기능성 측면에도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대표적으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한 “서울 보도블록 EXPO”가 있습니다. 도시 미관과 보행에 밀접한 보도블록을 주제로 최신 기술 교류의 장을 마련한 것인데요. 보도블록 EXPO를 통해 그간 봐왔던 획일적 기능과 모양의 보도블록이 아닌 대기 정화 보도블록, 잔디 블록 등 단순한포장재 이상의 기능과 디자인을 가진 새로운 형태의 제품들을 확인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콘크리트 블록포장 관련해유일한 국제행사인 “ICCBP((InternationalConference on Concrete Block Pavement, 국제 콘크리트 블록포장 컨퍼런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서울시가 (사)한국블록협회와 적극적인 도시마케팅을한 결과, 2018년 유치에 성공했는데요. 컨퍼런스를 통해 세계 각국의 보도블록 기술 전문가들이 모여 논문 발표와 질의응답을 하는 등 블록포장의 학술 및 기술 발전을 도모했습니다.
[왼쪽] 서울 보도블록 EXPO ⓒ서울시 [오른쪽] 블록 디자인 패턴·재료 적용 ⓒ서울시
서울시는 ‘보도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유적지나 특화거리 등 주요 도로를 대상으로 기능과 특색을 모두 갖춘 블록 디자인을 적용하여 매력 있는서울 거리를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2015년에는 상습 침수지역에 전국 최초로 “투수블록포장*”을적용해서 초기 우수에 유출을 저감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투수블록 포장 후 이물질에 따른 투수성능이 저하되는 문제를개선하기 위한 “투수성능 유지관리 사업” 또한 추진하고 있죠.
* 투수블록포장: 포장재를 통해 빗물을 노상에 침투시켜 흙 속으로 환원시키는 기능을 한다. 하수유입량을 절감, 물 고임에 의한 미끄러움 방지, 배수기능을 통해 환경친화적인 도시정비기능 등의 효과가 있음
[왼쪽] 노후 보도(불투수블록) ⓒ서울시 [오른쪽] 투수블록 포장 ⓒ서울시
아울러, 서울시는 예산 낭비와 부실 공사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보도블록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기위해 ‘보도공사 Closing 11’, ‘보도은행 운영’등을 시행했습니다. 보도공사는 그간 예산낭비의대표적 사례로 인식되었는데요. 연말만되면 지자체들이 남은 예산을 마저 쓰기 위해 보도블록을 새것으로 교체한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도공사 Closing11’을 도입했습니다. 12월 연말이면 무더기로 진행되는 동절기 보도블록 공사를 금지하고 11월까지 완료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공사 발주 전인 설계 당시 모든 사안을 충분히 검토·조치해 최단기간 내 공사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만일 부득이하게 겨울철 공사를 진행할 때는 가능한 구역을 설정해 공사를 시행하고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는홍보를 강화하도록 했죠. 서울시는 이처럼 불필요한 연말 예산 집행 관행을 없애고 동절기 보도공사로 인한 부실시공과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습니다.